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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신 손님 열여섯 분. 영업거리 80km
손님 많기로는 금요일과 쌍벽을 이루는 토요일인데
8시부터 11시까지 정말 너무 없었던 손님
배차 현황도 전부 파란색
이런 날도 있구나 한다
같이 타도 될까요?
없는 손님 가운데 반가운 호출이 들어왔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울린다
"강아지가 있는데 같이 탈 수 있을까요?
케이지도 있습니다"
묻는 전화 목소리에 정중함과 애탐이 묻어난다
"물론입니다, 편하게 타세요"
명쾌하고 시원하게 답을 드린다
함께 내차를 이용한 강아지는 푸들~
너무나 조용하게 이곳저곳 바라보다가
조용히 눈만 끔벅이며 잠이 든 녀석
어떤 멍, 냥이도 안 귀여운 것은 없지만
대형견, 특히 털갈이 시기에 털 뿜 조건만 아니라면
(이 경우 나중탄 손님에 피해를 예상해야 한다)
기사분들도 가급적 탑승 거부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문득 지난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 생각났다
마지막 날 전혀 예상치 못한 서울역 귀성 인파에
깜짝 놀랐는데
그곳에서 호출하신 여자 손님이 반려견과 함께
탑승전에 오늘과 똑같이 탑승 가능 여부를
전화로 먼저 물어왔었다
오늘보다는 살짝~ 명쾌하지 못하게
케이지는 있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던 것 같고
그분은 아주 디테일하게도 케이지 지퍼가
고장 난 상태라 괜찮을지도 체크해 오셨다
정말 얌전한 아이라서 가만히 있을 거라
꼭 좀 탑승 부탁드린다고 간절히 말씀하시기도 했다
탑승해서 하소연을 듣기까지는 왜 이렇게
간절히 얘기하는지 몰랐는데 귀성열차 안에서
당했던(?) 이야기를 들으니 참 분하고
어이없었겠단 생각이 떠올랐다
주인까지 함께 쫓겨난 매정함
자연스럽게 하소연하듯 여자분이 꺼냈던 얘기
열차 탑승까지는 무난했는데 건너편에 앉은
여자분이 고장 난 지퍼 틈새로 얼굴을 내민
강아지를 못마땅하게 여겨 서비스 콜을 통해
클레임을 걸었고 승무원이 와서 조율하다
끝내 알레르기가 있어서 반드시 강아지를
케이지 안에 넣어야 한다고 우기시는 바람에
멀쩡한 좌석 놔두고 강아지와 함께 대기 칸에서
올라오는 내내 감금 아닌 감금 상태로 왔다는 얘기...
대충 들어보니 알레르기는 핑계고 그냥 동물을
싫어하는 여자분의 성깔이 빚어낸 사건이었고
결국 사람 우선의 조치이기 때문에 동물은
후 순위였고 그 후순위 때문에 주인도 한지로
내 몰린 결과를 낳은 일이었다
세상 어떤 애견인이 반려동물만 대기 칸으로
보낼 수 있단 말인가?
그분도 디테일하게 관련 규정을 확인하고
어필도 해보았지만 사람이 죽겠다는데 동물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에 할 수 없는 수긍을
해야만 했던 심정...
나도 함께 씁쓸했던 기억이
오늘 귀여웠던 강아지와 함께 소환되었다
동물에 대한 인식. 반려동물에 대한 처우는
분명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이와 같이
상대 사람이 결부된 디테일한 문제로 들어가면
아직도 허술한 부분과 개선하고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느낄 수 있었다
먹고 싶을 땐 참지 말고
손님도 없고 해서 맥도널드 DT에 들러
88 서울 비프 버거를 주문했는데
해당 상품은 기한 한정판이라 이제 드실 수 없다는
해고 통지와 같은 날벼락 안내를 받고
심정지 올 뻔했지만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맘 다독이며 늘 먹던 1955 버거로 달랜 하루
못 먹은건 다음이 없는 거구나. 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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