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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신 손님 열다섯 분
평소, 평일 대비 많았던 손님 그리고 수익도~ 훗
호출이 잘 붙었던 하루
이런 날은 손님이 내리시면 바로 호출이 오거나
출발지로의 이동거리도 1~2km 내외
그야말로 착착 붙는 날
금, 토에만 경험할 수 있는 피크 타임을
평일에 맛볼 수 있음에 나지막이 감사드렸다
손님 어디에 계십니까?
오늘 첫 손님은 호출이었는데
출발지를 보니 국기원 사거리 DA성형외과.
많이 들어본 이름이고 홍보 게시물도 익숙했지만
막상 건물이 어디인지는 몰랐던 장소
내비게이션 위치는 도로 정 중앙을 가리키고
어느 방향인지 애매한 상태
양방향 도로 정체가 있어 일단 차를 세우고
도착 알림을 누른다
이 거리는 주정차가 금지되어 단속이 심하기에
심적 압박이 많아 손님을 빨리 탑승시켜야 한다
아무리 봐도 손님이 보이지 않던 차,
전화가 울린다
"어디에 계세요? 기사님?"
- DA성형외과 하고 스타벅스 맞은편에 있습니다
"아 저 스타벅스에 있는데요"
...
- 그럼 제가 U턴해서 가겠습니다. 기다려주세요
아주 가까운 거리지만 멀리 몇백 미터를 돌아
손님을 태울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 고마움 & 울화통
내비게이션이 없었으면 아마 운전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행선지를 찾아갈 생각조차 못했을 듯싶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은 만능이 아니다
- 뻔한 길을 돌아갈 때가 많고
- 지정한 위치에 손님은 없을 때도 있고
- 지정한 위치와 반대 방향일 때도 있고
- 손님이 지정한 출발지는 손님이 원하지 않는
위치로 지정되었을 수도 있다
기준이 되어야 하는 동시에 이로 인해 손님과
트러블이 되는 시작이 되기도 한다
내비게이션 루트를 선호하여 안심하는 손님이
있고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는 순간부터 왠지
불안한 듯(전문 드라이버로서 숙련도 저하)
루트를 설명하는 손님도 계시다
사실, 대부분 목적지의 최적화 루트는 손님이
가장 잘 알고 계신데 이 루트와 어긋난다면
손님으로서는 답답함과 불안이 쌓일 것이라
생각된다
요즈음은 손님을 태우고 첫 신호대기에 정차하면
전체 루트를 스크롤해본다 빳빳이 굴곡 없이
루트가 팽팽하면 안심되지만 특정 구간이나
목적지에서 실타래처럼 이상하게 꼬인 부분이
보이면 확대해서 보고 심상치 않으면 손님과
대화를 통해 경로를 확인하는 편이다
손님과 대화는 금기시할 정도로 하지 않지만
(내 성향이기도 하다) 이럴 땐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소통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Make some noise
자정 넘어 충무로쯤에서 한양대학교를 가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손님 3명
엔간히 취한 모양인데 타자마자 핸드폰
볼륨 최대로 음악을 들으며 큰소리로 대화하며
간간히 따라부르며 간다
자기 발도 통제가 안 되는 듯 연신 앞 좌석을
팍팍 건드리고
이런 손님은 무례를 넘어 공포가 느껴진다
빨리 도착하여 내려줬으면 했다
안하무인. 상대하기 싫은 부류의 사람들
오늘도 손님을 찾는 내 목소리를 어떻게
들으셨는지 궁금해진다
그때 난 애가 탔을까? 짜증이 났을까?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감정이 날 선 언어로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한 번 또 한 번 다듬는 하루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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